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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3 I am‧‧‧‧‧‧
“넌 왜 추운 겨울에 군대에 가려고 하니?”
“글쎄‧‧‧‧‧‧. 꼴찌가 있어야 일등이 있으니까‧‧‧‧‧‧.”
“단지 그거?”
“그래, 꼴찌가 있어야 일등이 있는 거고 겨울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가야지. 고생도 하고.”
“야! 꼴찌보다 일등이 나은 거지 왜 하필 꼴찌가 되려고 그래?”
“그냥, 일등도 못해보았지만 꼴찌는 근처도 못 가보았어. 그래서‧‧‧‧‧‧.”

유미와의 이야기였다.
고등부 여름 수련회에서 같은 조라는 인연으로 친해진 아이. 날 많이 이해해주었던 아이이기도 했고, 군대에 올 때도 많이 걱정을 해주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김광석 다시 부르기 I“을 선물로 주며 떠나왔다.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그 땐 행복했었다.
이제 다시 돌아간다. 낯선 이들의 모임 속에 나 역시 낯선 이방인으로 돌아간다.
조금은 두렵다.

꼴찌가 되기 위해 군대에 온 나는 철저한 꼴찌였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이고 꼴찌였다. 음악이거나 믿음이거나 운동마저도 난 꼴찌였다.
사실 나는 꼴찌가 되려고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말 그대로 꼴찌가 되었다. 그 것은 교만이었을까?
그 말을 하기 시작한 후로 난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휴학과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갔을 때 부총장실 점거 롱성으로 그들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휴학계만 제출한 채 난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 이민 가 계시다 잠시 귀국하신 숙모만을 보고 난 군대로 갔다.
잠시 여행을 가듯이......

울면서 떠난 집에의 그리움이 커질 무렵, 첫 휴가 때도 난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그대로 귀대를 하고. 그후 난 꼴찌만을 고수한 채 살아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정을 하고 꼴찌의 위치를 찾아간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꼴찌들이 나를 보고 힘을 내고 자신을 내어 그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내 자신을 빠져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항상 그리워하면서 난 꼴찌의 길을 걸어갔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거나 돌아보지 아니 하였다.
사람들은 내게 항상 물어 왔다. 너는 왜 항상 힘들어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나도 내가 왜 힘들어하는 지를.
어쩌면 나는 꼴찌라서 힘들어 하기 보단 힘들어하기에 꼴찌를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힘들어하면서도 나는 피하기만 하였다.
도피처가 존재하리라고 믿으면서 매 순간순간마다 난 도피하기만 하였다.
숨박꼭질마냥 운명과 나는 서로를 찾고 도망하기만 하였다.

동기 졸업식에 갔다. 학사모가 왠지 어색하게 보인다.
나에겐 청바지와 T셔츠의 그들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데.
그들은 이제 정장을 한다. 어울리지 않게 넥타이와 치마를 입는다. 그들은 사회의 통념 속에서 자라나고 기성인의 행동을 섣부르게 흉내내며 사회의 틀을 따라하려고한다. 몇몇은 벌써 00건축이라 인쇄된 명함을 들이민다.
이젠 나도 그들을 따라하게 된다. 나 역시 그들과 떨어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가끔씩은 나도 늙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동계 수련회에도 갔다. 낯선 얼굴들이다. 모두가 낯설다.
내일이면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보았다.
군대 가기 전과 달리 어차피 제대 후엔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결국 모두 잊혀질 거, 쓸데없이 애쓰고, 쓸데없이 상처받고, 쓸데없이 아파하고, 쓸데없이 힘들어하고, 쓸데없이 슬퍼하고, 어차피 이렇게 될 거.
난 이방인이다.
이제 돌아왔지만 왠지 들어갈 수 없는 유리벽이 존재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닐텐데 나만 힘들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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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를 3달 앞두고 휴가를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썼던 글.
토씨하나 고치지않고 그대로 올린다.
다만 끝맺음을 하지않아서 글이 중간에 잘린 상태.

군대에 가고난 후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제대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그들에게 내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었다.
군대를 갔다오면 정신차린다던데...어른이 된다던데...아니었나보다.
지금 읽어보니 왕 유치하구나.
Posted by The 賢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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